공동번역 성서
전도서 5장
하느님께 무엇인가 바치겠다고 너무 성급한 생각을 하지 말고 조급하게 입을 열지도 마라.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모름지기 말이 적어야 한다.
걱정이 많으면 꿈자리가 사나워지고 말이 많으면 어리석은 소리가 나온다.
그러니 하느님께 무엇인가 서원했거든 지체말고 지켜라. 하느님께서는 어리석은 자를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서원했거든 지키도록 하여라.
서원하고 지키지 않는 것보다 오히려 서원하지 않는 편이 낫다.
스스로 한 말 때문에 죄를 짓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의 심부름꾼 앞에 경솔했다고 핑계할 생각을 마라. 하느님께 노여움 살 소리를 해서 일껏 수고하여 얻은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이유가 어디 있는가?
꿈도 많이 꾸고 헛된 일도 하며 말도 많이 하겠지만, 하느님 두려운 줄만은 알고 살아야 한다.
나라에 가난한 사람을 억압하는 일이 있어 인권이 유린되는 것이 보이더라도 놀라지 마라. 그런 일을 감시할 웃어른이 있고 그 위에 또 웃어른이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라에 왕이 있어서 땅을 갈아 부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돈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돈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없다. 욕심 부린다고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또한 헛된 일이다.
재산이 많으면 그만큼 먹여 살릴 사람이 많은 것, 그러니 많은 재산은 눈요기밖에 될 것이 없다.
막일을 하는 사람은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단잠이나 자지만, 부자는 아쉬운 것 없어도 뒤척이기만 하며 제대로 잠을 못 이룬다.
하늘 아래서 나는 기막히게 억울한 일을 보았다. 일껏 재산을 모아놓았는데 그 재산 때문에 우환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불운이 닥쳐 재산이 달아나, 제 몸에서 난 아들에게도 물려줄 것 하나 없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처럼 알몸으로 돌아가더라. 일껏 수고해서 얻은 것을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니,
이 또한 기막힌 노릇이다. 사람은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것뿐이라, 바람을 잡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인생은 평생 암담한 나날을 울며 애타고 병을 앓으며 분노하는 일로 괴로워하며 사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멋지게 잘사는 것은 하늘 아래서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비록 짧아도 하느님께 허락받은 것이니, 그렇게 살 일이다. 이것이 인생이 누릴 몫이다.
먹고 살 돈과 재산을 하느님께 몫으로 받은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하느님의 선물로 알아 수고한 보람으로 즐길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만 바라시니,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