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욥기 16장
욥이 말을 받았다.
그런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네. 자네들이 한다는 위로는 기껏해야 괴로움을 줄 뿐,
그 헛된 말은 끝도 없는가? 자네들은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자네들이 내 처지에 있다면 나도 분명히 자네들과 같은 말을 했을 것일세. 기가 막혀 머리를 저으면서 근사한 말을 늘어놓았을 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격려하는 말을 했을 테지.
아무리 말을 해보아도, 이 괴로움 멎지 않고 입을 다물어보아도, 이 아픔 가시지 않는구나.
하느님께서 나를 만신창이로 만드셨는데 모두들 떼지어 달려들다니.
그가 증인으로 내 앞에 서시는데 이 야윈 모습마저 나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는구나.
찢어 죽일 듯이 화가 나서 이를 갈며 달려드시는데, 나의 원수들은 눈을 흘기며
입을 벌리고 달려드네.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후려치고 한 무리가 되어 달려드네.
하느님께서는 나를 악당에게 넘기시고 마침내 악인의 손에 내맡기셨구나.
평안을 누리던 나를 박살내시려고 덜미를 잡고 마구 치시는구나. 나를 과녁으로 삼아 세우시고
사방에서 쏘아대시는구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의 창자를 터뜨리시고 쓸개를 땅에 마구 쏟으시다니……
갈기갈기 찢고 또 찢으려고 군인처럼 달려드시네.
맨살에 삼베옷을 걸친 이 몸, 나의 위세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구나.
눈물로 범벅이 된 이 얼굴, 절망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이 눈썹,
이 손은 폭행을 모르고 나의 기도는 순수하련만……
땅이여, 나의 피를 덮지 말아다오. 나의 부르짖는 소리가 쉴 곳을 마련하지 말려무나.
보아라, 지금 나의 증인은 하늘에 있다! 나의 보증인은 저 높은 데 있다.
내가 하느님께 눈물을 쏟을 때 나의 마음을 대변할 자여,
이웃과 이웃의 시비를 가리듯이 사람과 하느님 사이를 판가름하여 다오.
그래 봐야, 몇 해 되지 않아 나는 가버리리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