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욥기 19장
욥이 말을 받았다.
자네들은 언제까지 나를 괴롭히려는가? 언제까지 나를 말로 윽박지르려는가?
이렇듯이 거듭거듭 모욕하고 들볶으면서 미안하지도 않은가?
내가 정말 무슨 실수라도 했단 말인가? 그 허물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는 말인가?
자네들은 참으로 기세등등하여 나의 잘못을 들춰내려고 하지만,
모르겠는가? 나를 이렇게 억누르는 이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나를 덮어씌운 것이 그의 그물이라는 것을!
억울하다고 소리쳐도 아무 대답이 없고 호소해 보아도 시비를 가릴 법이 없네.
넘을 수 없는 담을 쌓아 내 앞을 막는 이도 그요, 어둠으로 나의 앞길을 가리는 이도 그가 아니신가?
나에게서 명예를 빼앗은 이도 그요, 면류관을 벗긴 이도 그가 아니신가?
나는 그에게 사방으로 얻어맞아 이제는 영영 가버릴 몸, 그가 나무 뿌리를 뽑듯이 나의 희망을 뽑아버리셨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시는 품이 나를 적수로 여기시는 것이 아닐까?
그가 군대를 몰고 와서 진격로를 닦고 나의 천막을 포위하셨네.
동기들마저 떠나가고 친지들마저 외면하는 이 신세,
친척과 벗들은 모르는 체하고 나의 집 식객마저 나를 잊었네.
계집종들도 나를 낯선 사람으로 대접하니 내가 그들에게 뜨내기로 보이더란 말인가?
종들을 불러보아야 대답도 하지 않으니 이 입으로 애걸해야 할 판일세.
아내마저 나의 입김을 싫어하고 나의 냄새에 친형제조차 코를 막네.
젖비린내 나는 것들에게도 하잘것없는 존재로 보여 몸을 일으키려고만 해도 놀려댄다네.
흉허물 없던 벗들도 싫어하고 내가 아끼던 사람마저 발길을 끊더군.
뼈에 가죽만 남아 잇몸으로 겨우 연명하는 이 신세,
벗들이여, 불쌍하고 가련하지 아니한가? 하느님의 손이 나를 치셨는데
어찌하여 자네들마저 하느님처럼 나를 구박하는가? 그만큼 헐뜯었으면 직성이 풀릴 만도 하지 않은가?
아, 누가 있어 나의 말을 기록해 두랴? 누가 있어 구리판에 새겨두랴?
쇠나 놋정으로 바위에 새겨 길이길이 보존해 주랴?
나는 믿는다, 나의 변호인이 살아 있음을! 나의 후견인이 마침내 땅 위에 나타나리라.
나의 살갗이 뭉그러져 이 살이 질크러진 후에라도
나는 하느님을 뵙고야 말리라. 나는 기어이 이 두 눈으로 뵙고야 말리라. 내 쪽으로 돌아서신 그를 뵙고야 말리라. 그러나 젖먹던 힘마저 다 빠지고 말았구나.
자네들은 어떻게든지 나를 몰아세울 작정이군.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나 칼에 맞지 않기 위하여 조심해야 할 것은 오히려 자네들일지도 모르네. 칼에 맞을 죄가 어디에 따로 있다던가? 시비곡직을 가리는 재판이 끝내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