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욥기 20장
나아마 사람 소바르가 말을 받았다.
마음이 설레어, 대답하지 않고는 답답하여 견디지 못하겠네.
나더러 들으라고 하는 꾸지람이 사실은 나를 모욕하는 것, 그러나 거기에 대답할 말들을 나는 속으로부터 알고 있네.
그래, 자네는 도무지 몰랐더란 말인가? 사람이 땅에 처음 나타나던 한 옛날부터
악인의 웃음 소리란 금방 멎는 것이요, 위선자의 즐거움이란 찰나에 사라진다는 것을.
하늘을 찌를 듯 우쭐하고 그 머리가 구름에 닿을 듯하다가도
짐승의 마른 똥같이 단번에 날아가 버려 친지들조차 그의 행방을 모르게 된다는 것을.
아무도 찾을 수 없이 꿈처럼 날아가고 밤의 환상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그를 살피던 눈에 다시는 뜨이지 않고 몸담아 살던 곳에도 다시는 나타날 수 없는 몸,
그에게 착취당한 자들에게는 그의 자녀들이 보상해 주어야 하고 그가 빼앗은 재물은 그의 후손들이 물어주어야 하며
그의 뼈 마디마디에서 넘치던 젊음도 이제는 그와 함께 땅에 잦아들고 만다네.
악을 씹어 단맛을 즐기고 혀 밑에서 살금살금 녹이면서
아까워서 내뱉지 못하고 입 속으로 우물거리고 있지만
그러나 뱃속에서 그 음식은 썩어 뱀의 독으로 변한다네.
집어삼켰던 재산은 아니 토해낼 수 없는 것, 하느님께서 밀어내시는데 어쩌겠는가?
뱀의 독을 빨고 독사의 혀에 물려죽을 몸,
올리브 기름이 흐르는 도랑, 젖과 꿀이 흐르는 개천들을 볼 생각은 아예 말게나.
애써 얻은 것을 먹지도 못하고 돌려줘야 하며 장사해서 얻은 재산으로 재미도 보지 못하리니
빈민들을 억눌러 들볶고 남이 지은 것을 빼앗기나 하면서 자기는 어찌 무사하리요?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아니하고 긁어 모은 재산에 얽매여 꼼짝없이 망한다네.
남아날 것 없이 마구 집어삼키고 어찌 자기의 영화가 오래 가리라고 믿겠는가?
남아 돌아 흥청대다가, 재난이 밀어닥치면 갑자기 옹색하게 되고 만다네.
배를 채우려거든 채우게. 그러나 진노의 불길이 떨어지고 죽음의 화살이 쏟아져 내려,
철무기를 피하면 놋화살에 맞아
화살은 등을 뚫고 시퍼런 창끝은 쓸개를 터뜨릴 터인데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앞에서 그믐밤 같은 어둠이 도사리고 풀무질도 없이 타오르는 불길이 삼킬 듯 달려들어 천막에 남은 식구들까지 모두 사를 것일세.
하늘은 그의 죄악을 폭로하러 나서고 땅은 그의 죄상을 증언하러 나서리니
하느님의 진노가 터지는 날, 그의 집은 홍수에 쓸려가고 말 것일세.
죄인이 하느님에게서 받을 분깃은 바로 이것, 이것이 하느님에게 물려받을 유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