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욥기 29장
욥이 탄식하며 읊조렸다.
지나간 옛 시절은 영영 돌아오지 않으려나! 하느님께서 지켜주시던 그 날은 끝내 돌아오지 않으려나!
하느님의 등불이 내 머리 위에서 빛나고 그의 횃불로 어둠을 몰아내며 거닐던 그 날,
내 나이 한창일 무렵, 하느님께서 나의 천막을 감싸주시던 그 때,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버리시지 않았고 아이들도 나를 에워 싸며 돌아가던 그 시절,
나는 우유로 발을 씻었지. 기름이 내가 되어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던 시절,
내가 성문께로 발을 옮겨 성문 앞 광장에 자리를 잡으면
젊은이들은 나를 보고 비켜 서고 노인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네.
양반들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던 말을 삼켰으며
귀족들은 입천장에 혀가 붙어 소리를 죽이고
나의 입술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며 나의 의견에 묵묵히 귀를 기울였네.
내가 말을 마치면 다만 그들은 고개를 끄덕일 뿐, 나의 말은 그들 위에 방울방울 떨어졌지.
비를 기다리듯이 그들은 나를 기다렸고 입을 벌리고 봄비를 받아 마시듯이 하였네.
내가 웃기만 해도 그들은 어리둥절하였고 내가 미소만 지어도 으쓱해 하였는데,
나 윗자리에 앉아 그들의 갈 길을 지시하며 군대를 거느린 제왕처럼 앉아 목메어 우는 사람들을 위로하던 아,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인가!
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눈은 내가 하는 일을 보고 즐겨서 증언하였네.
도와달라고 아우성치는 빈민들, 의지할 데 없는 고아를 내가 건져주지 않았던가?
숨을 거두며 하는 마지막 축복은 모두 나에게 쏠렸고 과부의 서러움은 나에게서 기쁨으로 바뀌었네.
정의가 나의 옷이었으며, 공평이 나의 두루마기요, 나의 면류관이었는데……
나는 소경에게는 눈이었고 절뚝발이에게는 다리였었지.
거지들은 나를 아버지로 여겼으며 낯선 사람들도 나에게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였네.
악인의 턱을 때려부수고 그가 물고 있는 것을 이빨 사이에서 빼내기도 하였지.
그러니 내가 어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보금자리와 함께 타버렸다가도 다시 재를 털고 일어나 오래오래 사는 불사조,
나의 뿌리는 물기를 따라 뻗고 밤새 이슬에 젖은 내 잎사귀는 싱싱하기만 하구나.
나의 영광은 날로 새롭고 활 잡은 내 손은 결코 맥이 풀리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