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욥기 31장
젊은 여인에게 눈이 팔려 두리번거리지 않겠다고 나는 스스로 약속하였네.
하느님께서 위에서 나누어주시는 분깃은 무엇인가? 전능하신 분께서 높은 데서 떼어주시는 유산은 무엇인가?
악당에게는 파멸이, 바람둥이에게는 고독이 아니던가?
그는 내가 걸어온 길을 살피시고 나의 발걸음을 세시는 분,
내가 허황한 생각으로 살았다거나 이 발이 거짓으로 서둘렀다면,
바른 저울에 달아보시면 아시리라. 하느님께서 나의 흠없음을 어찌 모르시랴?
내 발길이 바른 길에서 벗어났다든가 이 마음이 눈에 이끌려 헤매고 이 손바닥에 죄지은 흔적이라도 묻어 있다면,
내가 뿌린 것을 남이 먹고 내 밭에서 자란 것이 뿌리째 뽑혀도 좋겠네.
나의 밭이 나를 향해 아우성치고 이랑들이 한꺼번에 목놓아 운 적이 있다면,
품값을 주지도 않고 밭의 소출을 모조리 먹어 치워 일꾼들이 허기져 비틀거리게 하였다면,
밀이 날 자리에 엉겅퀴가 나고 보리가 날 자리에 잡초가 무성하여도 좋겠네.
나의 마음이 남의 여인에게 끌려 이웃집 문을 엿보기라도 하였다면,
내 아내가 외간남자에게 밥을 지어주고 잠자리를 같이하여도 할 말이 없겠네.
그렇듯이 추잡한 죄를 짓고도 어떻게 심판을 받지 않으랴?
송두리째 태우는 무서운 불길에 나의 모든 소출이 타버려도 할 말이 없겠네.
내가 만일 남종의 인권을 짓밟았다든가 여종의 불평을 묵살해 버렸다면
하느님께서 일어나실 때 어떻게 하며 그가 심문하실 때 무엇이라고 답변하겠는가?
나를 모태에 생기게 하신 바로 그분이 그들도 내시지 않으셨던가?
내가 가난한 사람을 모른 체하였던가? 과부들의 눈앞을 캄캄하게 해주었던가?
나의 분깃을 혼자만 먹고 고아들에게는 나누어줄 생각도 없었던가?
아니다, 아비가 제 자식을 키우듯이 나는 그들을 어릴 적부터 키워주었고, 나면서부터 손을 잡아 이끌어주었다.
걸칠 옷 한 벌 없이 숨지는 사람, 몸 가릴 것도 없는 빈민을 못 본 체라도 했단 말인가?
내가 기른 어린 양털에 온기를 입어 그의 시리던 허리가 나를 칭송하지 않았던가?
성문에 모이는 사람들이 모두 내 편이라 믿고 죄없는 사람에게 손찌검이라도 했더란 말인가?
그랬다면 내 어깻죽지가 빠져도 좋겠네. 팔이 팔꿈치에서 빠져 나가도 할 말이 없겠네.
나는 다만 하느님의 징계가 두렵고 그의 위엄에 눌려서라도 그런 짓을 하지는 못하였다네.
"나는 황금만을 믿는다. 정금밖에 의지할 것이 없다." 이것이 과연 나의 생활 신조였던가?
재산이 많다고 우쭐거리고 일확천금을 했다고 으스댄 일이라도 있었던가?
해를 우러러 절하고 두둥실 떠가는 달을 쳐다보며
슬그머니 마음이 동하여 손으로 입맞춤을 띄워 보내기라도 했던가?
그랬다면 이 또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요, 높이 계시는 하느님을 배신한 것이겠지만……
나의 원수가 망하는 것이 좋아 그에게 재앙이 내리기를 빌기라도 했던가?
나의 입천장이 죄의 맛을 알아 그에게 앙화가 내리도록 빌었단 말인가?
나의 천막에서 유숙하는 사람들은 자랑스러워하였네. 나에게 산해진미를 실컷 얻어먹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나는 길손을 노숙시킨 일이 없고 길 가는 사람 앞에서 문을 닫아건 일이 없었네.
죄를 짓고 사람 앞에 감춘 일이라도 있었던가? 악한 생각을 가슴 깊이 숨긴 일이라도 있었던가?
사람들의 큰 소란을 무서워하고 문중이 떨쳐 나와 조롱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입을 다물고 두문불출, 앉아 있기라도 하였던가?
오, 하느님께 드린 내 말에 누가 증인으로 서주겠는가! 나는 이렇게 속을 모두 털었으니 이제는 전능하신 분의 답변을 들어야겠다. 나를 고소하는 자여, 고소장이라도 써 내려무나.
나는 그것을 목에 걸든가 면류관인 양 머리에 두르고는
살아온 나의 발걸음을 낱낱이 밝히며 귀족처럼 그의 앞에 나서리라.
이로써 욥의 말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