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욥기 4장
데만 사람 엘리바즈가 말을 받았다.
누가 자네에게 말을 건네려 한다면, 자네는 귀찮게 여기겠지.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일세.
여보게, 자네는 많은 사람을 지도하였고 손에 맥이 풀린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었네.
자네의 말은 쓰러지는 사람을 일으켰고 흔들리는 무릎에 힘을 주었었지.
그런데 자네가 이 지경을 당하자 기가 꺾이고 매를 좀 맞았다고 이렇듯 허둥대다니, 될 말인가?
자신만만하던 자네의 경건은 어찌 되었고 자네의 희망이던 그 흠없는 생활은 어찌 되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게. 죄없이 망한 이가 어디 있으며 마음을 바로 쓰고 비명에 죽은 이가 어디 있는가?
내가 보니, 땅을 갈아 악을 심고 불행의 씨를 뿌리는 자는 모두 그 심은 대로 거두더군.
하느님의 입김에 모두들 사라져가고 그의 콧김에 날려 없어졌네.
사자의 비명, 맹수의 울부짖음, 젊은 사자는 이빨이 부러지고
먹이를 찾던 수사자가 기진하니 어미를 따르던 새끼 사자들은 흩어졌네.
그런데 은은히 들려오는 한 소리 있어 가늘게 나의 귓전을 울렸네.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 밤의 환상으로 가슴을 설렐 때,
몸서리치는 두려움이 나를 덮쳐 뼈마디가 온통 떨리고 있는데
그의 입김이 나의 얼굴을 스치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네.
나의 눈앞에 누가 우뚝 서는데 그의 모습은 알아볼 수 없고 만물이 죽은 듯이 고요한 가운데 나, 한 소리를 들었다네.
"죽을 인생이 어떻게 하느님 앞에서 올바를 수 있으랴? 그 누가 자기를 지으신 이 앞에서 깨끗할 수 있으랴?
그의 종들 가운데도 믿을 만한 자 없고 그의 심복들 가운데도 허물없는 자 없는데
하물며 땅 위에 터를 잡은 토담에 사는 사람들이랴! 하루살이처럼 쉽게 사라지니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티끌이 되어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지리라.
그 천막들의 줄을 거두면 모두들 하릴없이 죽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