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예레미야 9장
"사막에 머물 만한 으슥한 데라도 있다면 내 백성을 버리고 그리로 떠나가련만, 나를 배신하고, 간음하는 무리들,
한번 혀를 놀렸다 하면 남의 가슴에 칼을 꽂는구나. 신실은 스러지고 거짓만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내 속생각을 모르고 못된 일만 골라서 하는 세상이 되었다. 야훼의 말이다.
친구도 조심하여야 할 세상, 동기마저 믿지 못할 세상이 되었다. 동기들끼리 서로 걸어 넘어뜨리고 친구들끼리 서로 모함하며 돌아치는 세상이 되었다.
참말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세상, 서로 속고 서로 속이니, 거짓말만이 입에 익어 돌이킬 길 없이 입이 비뚤어진 세상이 되었다.
백성을 억누르는 일이 계속되고 사기치는 일만이 꼬리를 무는 세상이 되었다. 내 말이니, 잘 들어라. 내 심정을 알려는 자 하나 없구나.
그래서 나 만군의 야훼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이 백성을 도가니 속에서 녹여 시험하여 보리라. 그렇게 못되게 구는데, 어찌 그냥 내버려두겠느냐?
독약 묻은 활촉 같은 혀를 놀리는 것들, 입에 담는 것은 남을 속이는 말뿐이다. 이웃을 보고 '안녕하시오?' 하면서 속으로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들,
이렇게 못되게 구는데, 어찌 벌하지 않고 내버려두겠느냐? 내 말이니, 잘 들어라. 이런 족속을, 내가 어찌 분풀이하지 않고 내버려두겠느냐?"
"이 산 저 산을 보며 저는 목이 메어 웁니다. 광야에 있는 목장들을 보며 슬피 웁니다. 모두 타 없어져 찾는 이 없고, 양떼 울음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날짐승도 들짐승도,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나는 예루살렘도 돌무더기로 만들어 여우의 소굴로 만들리라. 유다의 성읍들을 쑥밭으로 만들어 아무도 살지 못하게 하리라."
"지혜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찌하여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지 알 만한 사람도 하나 없습니다. 어찌하여 이 나라가 망하게 되었는지, 모조리 타서 사람의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는 사막이 되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셔야 나가서 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야훼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이 백성이 내가 내려준 법을 저버리고 내 말을 듣지도 않았으며 그대로 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악한 생각에 끌려, 조상들에게 배운 대로 바알을 따라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만군의 야훼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으로서 선언한다. 나는 이 백성에게 소태를 먹이고 독약을 마시게 하리라.
이 민족을 쫓아내어 조상 때부터 알지 못하던 민족들 가운데 흩어져 살다가 칼에 맞아 멸종되게 하리라.
나 만군의 야훼가 이른다. 곡하는 여인들을 어서 불러오너라. 넋두리 잘하는 여자들을 불러 부탁하여라.
'지체 말고 구슬픈 노래를 불러주오.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눈시울에 눈물이 방울져 내리도록!'
구슬픈 노랫가락이 시온에서 들려온다. '어쩌다가 우리는 이렇게 망하였는가? 정든 고향에서 쫓겨나 나라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이 신세,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너희 여인들은 야훼의 말을 들어라.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구슬픈 노래를 딸들에게 가르쳐라. 이런 넋두리를 함께 익혀라.
'죽음이 창을 넘어 들어왔네. 궁전에까지 들어왔네. 거리에서 놀던 아이들을 모두 잡아갔다네. 장터를 거닐던 젊은이들을 모두 끌어갔다네.
시체들은 밭에 너저분히 널려 있는 거름더미와 같구나. 추수하는 자가 곡식단을 묶어놓고 지나가는데도 거두어 모으는 자 없는 것 같구나.'
나 야훼가 이렇게 말한다. 현자는 지혜를 자랑하지 마라. 용사는 힘을 자랑하지 마라.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 마라.
자랑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뜻을 깨치고 사랑과 법과 정의를 세상에 펴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기뻐하는 일이다. 야훼의 말이다.
할례를 받기는 하였으나 고작 포경이나 잘라낸 사람을 모두 벌할 날이 다가왔다. 내 말이니 잘 들어라.
이집트, 유다, 에돔, 암몬, 모압 사람들과 구레나룻을 깎고 사막에서 사는 종족들이 모두 벌을 받으리라. 이 모든 민족들은 이스라엘 온 가문과 함께 마음에 수술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