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이사야 59장
야훼의 손이 짧아서 구해 내지 못하시겠느냐? 귀가 어두워서 듣지 못하시겠느냐?
너희가 악해서 너희와 하느님 사이가 갈라진 것이다. 너희가 잘못해서 하느님의 얼굴을 가려 너희 청을 들으실 수 없게 된 것이다.
너희 손바닥은 사람 죽인 피로 부정해졌고 손가락은 살인죄로 피투성이가 되었구나. 너희 입술은 거짓이나 지껄이고 너희 혀는 음모나 꾸민다.
모두들 하나같이 부당한 송사를 일으키고 없는 일을 꾸며내어 고소하는구나. 터무니없는 것을 믿고 사실무근한 소리를 지껄인다. 그 밴 것이 음모인데 잔악말고 무엇을 낳으랴?
독사의 알이나 품어 까려는 것들, 거미줄이나 치려는 것들, 그 알을 하나만 먹어도 사람은 죽고, 눌러 터뜨리면 독사가 나온다.
그들이 치는 거미줄로는 옷도 만들지 못하고 천을 짜서 몸을 두르지도 못한다. 그들이 한다는 짓은 잔학뿐이요, 손으로 한다는 짓은 횡포뿐이다.
그들의 발은 나쁜 짓이나 하러 뛰어다니고 죄없는 사람의 피나 흘리러 달린다. 잔악한 계책을 꾸며 닥치는 대로 빼앗아 먹고 짓부수는 것들,
평화의 길은 아랑곳도 없는데 그 지나간 자리에 어찌 정의가 있으랴? 그들이 구불구불 뚫어놓은 뒷골목을 가면서, 평화를 맛볼 사람이 있으랴?
그리하여 공평은 우리에게서 멀어만 가고 정의는 우리에게서 떨어져만 간다. 빛을 기다렸는데 도리어 어둠이 오고 환하기를 고대하였는데 앞길은 깜깜하기만 하다.
우리는 담을 더듬는 소경처럼 되었고 갈 길을 몰라 허둥대는 맹인이 되었다. 한낮인데도 황혼무렵인 듯 발을 헛딛기만 하는 모양이 몸은 피둥피둥한데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구나.
우리가 모두 곰처럼 으르렁거리고 비둘기처럼 신음하면서 공평을 고대하나 그것은 사라져가고 구원을 기다리나 그것은 멀어져만 간다.
하느님, 우리는 당신께 거역하기만 했습니다. 우리의 잘못이 우리를 고발합니다. 우리의 배신 행위가 눈앞에 뚜렷한데 어찌 우리가 죄악을 모른다 하겠습니까?
우리는 야훼를 거역하고 배반하였습니다. 우리 하느님을 외면하고 따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비꼬는 말, 반항하는 말만 하였고 거짓말이나 토해 내고 있었습니다.
공평은 뒤로 제쳐놓았고 정의는 얼씬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성실은 대중 앞에서 짓밟혔고 정직은 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성실함이 종적을 감추고 악에서 발을 뺀 자가 도리어 약탈당하는 세상, 이다지도 공평하지 못하여 야훼께서 눈을 찌푸리시지 않을 수 없는 세상,
그의 눈엔 사람다운 사람 하나 보이지 아니하고, 중재하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으니 기막힐 수밖에, 그리하여 야훼께서는 당신의 팔만 믿고, 당신의 정의만을 집고 일어서신다.
몸을 감싼 갑옷에선 정의가 뻗어나고 머리에 쓴 투구에선 구원이 빛난다. 몸을 감은 속옷에는 응징이 숨어 있고 그 걸친 겉옷에선 열성이 흩날린다.
사람의 소행대로 갚으시고 적들에게 진노하시어 원수를 갚으시리라.
해 지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야훼의 이름을 두려워하고, 해 뜨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의 권위 앞에서 떨리라. 밀어닥치는 강물처럼 그는 오신다. 야훼의 콧김에 밀려오는 강물처럼 오신다.
시온을 구하시러 오신다. 죄를 뉘우치고 돌아오는 야곱의 후손을 구하시러 오신다. 야훼의 말씀이시다.
"내가 스스로 그들과 맺은 나의 계약은 이것이다." 야훼께서 말씀하신다. "나의 영을 너에게 불어넣고, 나의 말을 너의 입에 담아준다. 나의 이 말이 이제부터 영원히 너의 입과 너의 자손의 입과 대대로 이어질 자손들의 입에서 떠나지 아니하리라. 야훼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