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토비트 3장
나는 마음이 몹시 괴로워 신음을 하며 크게 울었다. 그리고 흐느끼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주님, 주님은 올바르십니다. 주님이 하신 모든 일은 올바르며 주님은 모든 일을 자비롭고 참되게 하십니다. 주님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주님, 나를 기억하시고 나를 돌보아 주소서. 내 죄를 벌하지 마시고 나와 내 조상이 알지 못하고 주님께 저지른 죄를 벌하지 마소서.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어겼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를 내주시어 약탈과 추방과 죽음을 당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만방에 흩어져서 모든 사람의 이야깃거리와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았고 주님 앞에서 참되게 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죄인들에게 내리시는 주님의 갖가지 심판은 모두 참되십니다.
이제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나를 처치하시고 명령을 내리시어 내 영혼을 나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그러면 나는 이 땅에서 떠나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나에게는 당치 않은 조롱이 들려오고 많은 슬픔이 나를 짓누르고 있으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주님, 이 고뇌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주시고 영원한 곳으로 나를 보내주소서. 주님, 나를 외면하지 마소서. 살아서 이 많은 고뇌를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어서 이 조롱을 듣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바로 그 날 메대의 엑바타나에 살고 있던 라구엘의 딸 사라도 자기 아버지의 여종 한 사람에게서 조롱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사라는 일곱 번이나 결혼을 하였지만 사라가 그들과 부부 관계도 맺기 전에 아스모데오라는 악한 귀신이 그 남편들을 번번이 죽여버렸다. 그래서 그 여종이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당신 남편을 죽인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오. 당신은 이미 일곱 번이나 결혼을 했지만 제대로 결혼 생활을 한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당신 남편들이 죽었으면 죽었지 왜 우리를 때리지요? 당신도 그들을 따라 죽어버리시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의 아들이나 딸의 꼴을 영 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그 날 사라는 마음이 몹시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자기 아버지의 집 이층으로 올라가 목을 매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 먹고 혼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다가는 사람들이 내 아버지를 조롱하면서 '당신의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밖에 없는데 그 애가 괴로움을 참다 못해 목을 매고 말았구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나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슬퍼서 돌아가시게 될 것이다. 나 스스로 목을 매는 것보다 주님께 간구하여 내 목숨을 거두어가시도록 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면 이런 조롱을 더 듣지 않아도 되겠지."
그 때 사라는 창문을 향하여 자기 양팔을 벌리고 이렇게 기도하였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찬미를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원히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통해서 영원한 찬미를 받으소서.
지금 나는 얼굴을 들어 주님을 우러러뵈옵니다.
주님, 명령을 내리시어 나를 이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다시는 이런 조롱을 듣지 않게 하소서.
주님, 주님이 아시는 대로 나는 남자에게서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여자입니다.
내가 귀양살이하는 이 땅에서 내 이름이나 내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힌 일이 없습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외딸이며 나밖에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습니다. 나를 아내로 맞아줄 가까운 형제나 친척도 없습니다. 나는 이미 남편을 일곱이나 잃었습니다. 더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내 목숨을 거두어가시는 것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면 이 하소연을 들어주소서."
바로 그 때 토비트와 사라의 기도가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도달하였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라파엘을 보내시며 그 두 사람의 고민을 풀어주게 하셨다. 즉 토비트에게는 그의 눈에서 흰막을 벗겨내어 그 눈으로 하느님의 빛을 다시 보게 하시려는 것이었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는 그에게 붙어 있던 악한 귀신 아스모데오를 쫓아내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의 아내가 되게 해주시려는 것이었다. 사라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보다도 토비아가 그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토비트가 뜰에서 집으로 들어간 바로 그 순간에 라구엘의 딸 사라도 이층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