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지혜서 18장
그러나 주님의 거룩한 백성들에게는 큰 빛이 비치었다.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목소리만 듣고서, 자기들처럼 고통을 받지 않았다고, 그들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하였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고통을 받고도 앙갚음을 하지 않는 데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였고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용서를 청하였다.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암흑 대신에 훨훨 타는 불기둥을 보내셔서 미지의 땅으로 여행하는 그들을 인도하셨다. 그것은 마치 영광스러운 땅으로 이주해 가는 그들에게 따뜻한 태양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악인들이 광명을 잃고 암흑 속에 갇히게 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율법의 불멸의 빛을 세계에 전해 줄 주님의 자녀들을 포로로 붙잡아두었던 자들이다.
이집트인들이 거룩한 백성의 젖먹이들을 죽이려고 하였을 때 한 아이가 버려졌다가 홀로 살아 남았다. 그 때에 주님께서는 그들을 벌하셔서 그들의 수많은 아이들을 죽이시고 그들마저도 모두 거친 탁류 속에 묻어버리셨다.
주님께서는 그 날 밤에 일어난 일을 우리 조상들에게 미리 알려주셨다. 그래서 그들이 의지하는 하느님의 약속을 분명히 깨닫고 용기를 얻었다.
의인들은 구원을 받고 원수들은 망하는 것, 그것은 주님의 백성이 기대하던 것이다.
주님께서는 우리 원수들을 징벌하신 그 방법으로 오히려 우리들을 당신께로 불러주시고 영광스럽게 만들어주셨다.
착한 사람들의 거룩한 자녀들은 남몰래 희생제물을 드렸으며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고 기쁠 때나 위험할 때나 모두가 함께 제사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선 선조들의 찬미가를 소리 높이 불렀다.
그 때에 제각기 부르짖는 원수들의 절규가 메아리쳤고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노예이건 주인이건 같은 징벌을 받았으며 왕이나 평민이나 다 같은 고통을 겪었다.
모두가 다 같은 모양으로 죽어서 헤아릴 수 없는 시체를 남겼다. 시체가 너무나도 많아서 산 사람이 그것을 다 묻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그들의 귀족들은 순식간에 멸망하고 말았다.
마술에 팔려서 전연 믿기를 거부하던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첫아들들이 죽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 백성이야말로 하느님의 자손임을 인정하였다.
무거운 침묵이 온 세상을 덮고 밤이 달려서 한고비에 다다랐을 때에
하늘의 옥좌로부터 주님의 전능하신 말씀이 마치 사정없는 전사처럼 멸망한 땅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는 날카로운 칼과 같은 주님의 확고 부동한 명령을 가지고 와서
우뚝 서서 온 세상을 시체로 가득 채웠다. 그는 아래로는 땅을 딛고 위로는 하늘까지 닿았다.
그러자 갑자기 무서운 꿈 속에 망령들이 나타나서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예기치 않던 두려움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반쯤 죽어서 여기저기에 쓰러져 그들이 왜 이렇게 죽게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꿈을 통해서 그 이유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이렇게 호된 고통을 당하는 이유를 모르고 죽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한편, 의인들 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황야에서 그들대로 죽음의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분노는 오래 가지는 않았다.
한 흠없는 사람이 달려와 그들의 편에서 싸웠다. 그는 자기의 거룩한 직분의 무기를 들고 기도를 올리고 향을 피워서 속죄의 제물을 바쳤다. 그는 하느님의 분노를 끄고 재앙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자신이 진실로 주님의 종이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는 체력이나 무기의 힘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일찍이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과 계약을 회상하시게 함으로써 징벌하시는 분의 노기를 누그러뜨렸다.
사람들이 죽어서 그 시체들이 쌓였을 때에 그는 그 한가운데 서서 하느님의 분노를 그치게 하고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더 이상 미치지 않도록 끊어버렸다.
발끝까지 늘어진 그의 옷에는 온 세상이 그려져 있었고 넉줄 보석에는 조상들의 영광스러운 이름이, 그의 왕관에는 주님의 '거룩한 하느님'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을 보고 멸망의 천사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치며 그들을 두려워하였다. 의인들에게는 하느님의 분노의 맛만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