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지혜서 2장
올바른 지각이 없어, 그들은 이렇게 뇌까린다. "우리 인생은 짧고 슬프다. 수명이 다하면 별수없이 죽는다. 지옥에서 돌아온 사람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우연이었고 죽고 나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코로 쉬는 숨은 연기와 다름이 없고, 우리의 생명이란 심장의 고동에서 나오는 불꽃에 불과하다.
불꽃이 없어지면 우리의 육체는 재가 되고 영혼은 하염없이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때가 지나면 우리의 이름조차 잊혀진다. 누가 우리가 한 일을 기억해 주겠느냐? 우리 인생은 구름 조각들처럼 지나가 버리고 햇볕에 쫓기고, 열에 녹아버리는 안개와 같이 흩어져 버린다.
인생의 하루하루는 지나가는 그림자, 한 번 죽으면 되돌아올 수 없다. 죽음이라는 도장이 한 번 찍히면 아무도 되돌아올 수 없다.
그러니, 어서 와서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즐기자. 늙기 전에 세상 물건을 실컷 쓰자.
값비싼 포도주와 향료를 마음껏 즐기자. 봄철의 꽃 한 송이도 놓치지 말자.
장미꽃이 지기 전에 장미 화관을 쓰자.
우리 중에 한 사람도 이 환락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우리의 몫이며 차지이니 우리가 놀고 즐긴 흔적을 도처에 남기자.
가난한 의인을 골탕먹인들 어떻겠느냐? 과부라고 특별히 동정할 것 없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라 해서 존경할 것도 없다.
약한 것은 쓸모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힘을 정의의 척도로 삼자.
의인은 우리를 방해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반대하며 율법을 어긴다고 우리를 책망하고 배운 대로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니 그를 함정에 빠뜨리자.
의인은 자기가 하느님을 안다고 큰소리치고 주님의 아들로 자처한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늘 우리를 책망하기만 하니 그를 보기만 해도 마음의 짐이 되는구나.
아무튼 그의 생활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고 그가 가는 길은 엉뚱하기만 하다.
그의 눈에는 우리가 가짜로만 보인다. 그는 우리가 걷는 길이 더럽다고 멀찍이 피해 간다. 의인들의 최후가 행복스럽다고 큰소리치고 하느님이 자기 아버지라고 자랑한다.
그가 한 말이 정말인지 두고 보자. 그의 인생의 말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기다려보자.
의인이 과연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하느님이 그를 도와서 원수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실 것이다.
그러니 그를 폭력과 고문으로 시험해 보자. 그러면 그의 온유한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며 인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입만 열면, 주님이 자기를 도와주신다고 말해 왔으니 그에게 아주 수치스러운 죽음을 한번 안겨보자."
악인들은 이렇게 뇌까리지만 그들의 생각은 그릇되었다. 그들의 악한 마음 때문에 눈이 먼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오묘한 뜻을 모르며 거룩한 생활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않으며 깨끗한 영혼이 받는 상급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불멸한 것으로 만드셨고 당신의 본성을 본떠서 인간을 만드셨다.
죽음이 이 세상에 들어온 것은 악마의 시기 때문이니 악마에게 편드는 자들이 죽음을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