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번역 성서
지혜서 5장
그 때에 의인은 자신 있게 일어서서 그를 핍박한 자들과 그가 고통을 받을 때에 멸시한 자들과 맞설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그를 보고 무서워 떨며 그가 뜻밖에 구원받은 것을 보고 놀랄 것이다.
그들은 마음이 아파서 후회하고 신음하며 서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사람은 전에 우리가 비웃고 조롱하던 사람이다. 우리는 얼마나 바보였느냐? 우리는 그가 사는 꼴을 보고 미쳤다고 하였고 그의 죽음도 영예롭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 가운데 끼이게 되었으며 성도들 가운데 끼이게 되었는가?
분명히 우리가 진리에서 빗나간 길을 걸었고 우리에게 정의의 빛이 비치지 않았으며 우리 위에는 태양이 일찍이 떠본 적이 없었구나.
우리는 인적조차 없는 황야를 걸어온 셈이다. 죄와 파멸의 길치고 걸어보지 않은 길이 없었건만 주님의 길은 알지 못하였다.
우리의 오만이 무슨 소용이 있었으며 우리가 자랑하던 재물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그 모든 것은 이제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뜬소문처럼 달아나 버렸다.
거센 물결을 헤치고 가는 배와 같이, 한번 지나가면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바닷물에는 용골이 지나간 흔적도 없구나.
혹은 하늘을 나는 새처럼 날아온 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새는 날개를 쳐서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고 세게 쳐서 바람을 가르면서 날개의 힘으로 날아가지만 날아간 다음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또 혹은 화살이 표적을 향해서 날아갈 때처럼 공기는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져서 그 화살이 지나간 자리조차 알 수 없다.
우리도 이와 같아서 태어나자마자 사라져버린 셈이다. 남에게 보일 만한 덕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고 오직 악으로만 세월을 보냈구나."
악인의 희망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고 폭풍에 부서지는 가냘픈 거품과 같다. 그것은 바람에 날리는 연기처럼 흩어지고 단 하루 머물렀던 손님에 대한 기억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의인들은 영원히 산다. 주님이 친히 그들에게 보상을 주시며 지극히 높으신 분이 그들을 돌봐 주신다.
그러므로 그들은 찬란한 왕관을 받고 주님께서 친히 내리신 아름다운 머리띠를 띨 것이다. 주님은 당신의 오른손으로 그들을 덮어주시고 당신의 팔로 감싸주실 것이다.
주님은 당신의 열렬한 사랑을 갑옷으로 삼으시고 당신의 원수들을 징벌하기 위하여 피조물로 무장시키실 것이다.
또 정의를 가슴받이로 삼으시고 어김없는 심판을 투구로 쓰실 것이다.
주님은 거룩하심을 무적의 방패로 잡으시고
준엄한 분노를 날카로운 칼처럼 가실 것이다. 그러면 온 세상은 주님과 함께 미친 자들과 더불어 싸우러 나갈 것이다.
잘 겨냥된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갈 것이며 힘껏 당긴 활에서 떠난 화살은 구름을 헤치고 표적을 향하여 날아갈 것이다.
투석기에서는 분노에 싸인 우박이 날아가겠고 바닷물은 광분하여 원수들에게 덮칠 것이며 강물은 그들을 가차없이 삼킬 것이다.
전능하신 분께서 폭풍으로 그들을 휩쓰시고 태풍처럼 그들을 날려버리실 것이다. 이렇게 악으로 인해서 온 땅이 황폐하게 되고 악행으로 인해서 권력 있는 자들의 자리가 뒤엎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