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욥기 21장
욥의 여섯째 담론
욥이 말을 받았다.
호의적인 경청
내 말을 귀담아듣게나. 그것이 바로 자네들이 나를 위로하는 것이네.
참아 주게나, 내가 말을 하게. 내 말이 끝난 뒤에 비웃어도 좋네.1)
내가 사람을 원망한다는 말인가? 내가 어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나를 쳐다보게. 놀라서 손을 입에 갖다 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네.
나는 생각만 해도 소스라치고 전율이 내 몸을 사로잡는다네.
악인들의 성공
어째서 악인들은 오래 살며 늙어서조차 힘이 더하는가?
자식들은 그들 앞에서,2) 후손들은 그들 눈앞에서 든든히 자리를 잡지.
그들의 집은 평안하여 무서워할 일이 없고 하느님의 회초리는 그들 위에 내리지도 않아
그들의 수소는 영락없이 새끼를 배게 하고 그들의3) 암소는 유산하는 일 없이 새끼를 낳지.
아이들을 양 떼처럼 풀어 놓으면 그 어린것들이 마구 뛰어논다네.
손북과 비파에 맞추어 목청 돋우고 피리 소리에 흥겨워하며
행복 속에 나날을 보내다가 편안히 저승으로 내려간다네.
그런데도 하느님께 이런 소리나 한다네. “우리 앞에서 비키십시오. 당신의 길을 안다는 것이 우리 마음에는 내키지 않습니다.
전능하신 분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그를 섬기며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에게 매달리리오?”
그렇지만 그들의 행운은 그들 손에 달려 있는 게 아니지.4) 악인들의 뜻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네.5)
벌받지 않는 악인들
악인들의 등불이 얼마나 자주 꺼지던가? 받아 마땅한 파멸이6) 얼마나 자주 그들을 덮치던가? 그분께서 진노하시어 고통을 내리시던가?
그들이 바람 앞의 검불과 같고 폭풍이 휩쓸어 가는 지푸라기와 같은 적이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그를7) 위한 재난을 그 자식들에게 내리려 간직하신다.” 하네만8) 그가 깨닫도록 직접 그에게 갚으셔야지.
그의 눈이 자기의 멸망을 보고 그 자신이 전능하신 분의 분노를 마셔야지.
그의 달수가 다하여9) 죽은 뒤에는 제 집안이 무슨 근심거리가 되겠나?10)
그러나 높은 이들을11) 심판하시는 분이신데 누가 하느님께 지식을 베풀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혈기 넘치는 가운데 무척이나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죽어 가지.
옆구리는12) 굳기름으로13) 가득하고 뼛골은 아직도 싱싱한 채 말일세.
그러나 어떤 이는 영혼의 쓰라림 속에 죽어 가지. 행복을 맛보지도 못한 채 말일세.
그러면서도 둘 다 먼지 위에 드러누우면 구더기들이 그들을 덮어 버리지.
그래, 나는 자네들의 생각을 알고 있네, 나를 해치려 꾸미는 그 속셈을 말일세.
자네들은 “귀족의14) 집이 어디 있나? 악인들이 살던 천막이 어디 있나?” 하네만
길손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나? 그들의 증언을15) 자네들도 부인하지는 못할 걸세.
악한은 멸망의 날에 제외되고 진노의 날에 구제됨을.
누가 눈앞에서 그의 행적을 밝혀내고 누가 그가 행한 것을 되갚으리오?
그가 묘지로 들려 가면 묘지기가 그 무덤을 보살피고
계곡의 흙더미는 그를 부드럽게 덮어 주지.16) 모든 사람이 그의 뒤를 따르고 그를 앞서간 자들도 무수하다네.17)
그런데도 어떻게 자네들은 나를 헛되이 위로하려 하는가? 자네들의 대답에는 배신밖에 남아 있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