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 신약성서
사도행전 10 장
가이사리아에는 고르넬리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른바 이탈리아 부대의 백부장이었다.
그는 경건하고 자기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두려워했으며 (이스라엘) 백성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고 늘 하느님께 기도하였다.
어느 날 오후 세시쯤 하느님의 천사가 자기를 향해 오면서 "고르넬리오" 하고 부르는 것을 현시 가운데서 똑똑히 보았다.
그는 천사를 눈여겨보고 그만 겁에 질려서 "주님, 무슨 일입니까?" 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네 기도와 네 자선이 상달되어 하느님께서 기억하고 계시다.
그러니 지금 사람들을 요빠로 보내어 베드로라고도 불리는,시몬이란 사람을 모셔 오너라.
이 사람은 바닷가에 집을 가진 피장이 시몬한테 손님으로 묵고 있다."
그에게 말하던 천사가 떠나가자 그는 자기에게 충직한 사람들 가운데서 하인 두 명과 경건한 군인 한 명을 불러서
그들에게 모든 일을 이야기해 준 다음 요빠로 보냈다.
그 이튿날 그들이 길을 가다가 (요빠) 고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즈음에 베드로는 기도하러 지붕에 올라갔다. 때는 낮 열두시쯤이었다.
그는 시장해서 (음식을) 맛보았으면 했다.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에 그는 무아경에 빠져들어갔다.
바라보니 하늘이 열리고, 커다란 보자기 같은 어떤 그릇이 내려왔는데 네 귀퉁이가 (달아 매이어) 땅위에 내려앉았다.
그 속에는 땅의 온갖 네 발 가진 것들과 기어다니는 것들 하며 하늘의 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를 향하여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베드로는 "주님, 절대로 안됩니다. 저는 한번도 속된 것과 더러운 것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 두번째로 그를 향하여 "하느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너는 속되다고 하지 말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일이 세 번 있고 난 뒤에 즉각 그 그릇은 하늘로 들려 올라갔다.
베드로는 자기가 본 현시가 무슨 뜻일까 하고 혼자 어리둥절해 있을 때 마침 고르넬리오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을 물으며 문간에 와서 서 있었다.
그들은 (사람을) 불러내어 베드로라고도 불리는 시몬이 여기 손님으로 묵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베드로는 현시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이 [그에게] 말하였다. "보다시피 세 사람이 너를 찾고 있다.
그러니 일어나 내려가라.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거라. 내가 그들을 보냈다."
베드로가 내려가서 그 사람들에게 "바로 내가 당신들이 찾는 사람입니다. 당신들이 찾아온 목적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그들이 말하였다. "고르넬리오 백부장은 의로운 사람이고 또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분이며 온 유대 민족에게 신임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는 거룩한 천사로부터, 당신을 자기 집에 모셔다가 당신에게 말씀을 들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들을 불러들여 손님으로 접대하였다. 이튿날 그는 일어나 그들과 함께 떠났는데 요빠 출신 형제들 가운데 몇 사람도 그와 함께 갔다.
그 다음날 그는 가이사리아에 들어갔다. 고르넬리오는 자기 친척들과 절친한 친구들을 불러 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드로가 들어서자 고르넬리오는 마중나가 그 발치에 엎드려 절하였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를 일으키며 "일어나시오. 나도 역시 사람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고르넬리오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들어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베드로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방인과 어울리거나 찾아가는 일이 유대인에게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어떤 사람이라도 속되다거나 불결하다고 하지 말라고 이르셨습니다.
그래서 초대를 받았을 때 이의없이 왔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왜 나를 초대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고르넬리오가 말하였다. "나흘 전 이 시간쯤 나는 내 집에서 오후 세시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눈부신 옷을 입고 내 앞에 서서
말하기를 '고르넬리오, 하느님께서 네 기도를 들어 주셨고 네 자선을 기억하셨다.
그러니 (사람들을) 요빠로 보내어 베드로라고도 불리는 시몬을 불러 오너라. 이 사람은 바닷가 피장이 시몬의 집에 손님으로 묵고 있다' 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 당신께 (사람들을) 보냈던 것인데 당신이 오신 것은 잘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 주님께서 당신에게 지시하신 모든 것을 들으려고 하느님 앞에 모여 있습니다."
이에 베드로는 입을 열어 말하였다. "진실로 나는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차별 대우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어느 민족 가운데서나 당신을 두려워하고 의로운 일을 행하는 사람은 그분에게 환대받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평화의 복음을 전하시며 이스라엘의 후손들에게 말씀을 보내셨는데 바로 이분이 만민의 주님이십니다.
그러니까 요한이 선포한 세례 뒤에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온 유대에 일어났던 일을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바로 나자렛 출신 예수의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분에게 성령과 능력으로 기름을 부으셨으니 그분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린 모든 사람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이 유대인들의 지방과 예루살렘 [안]에서 행하신 모든 일의 증인들입니다. 사람들이 이분을 나무에 매달아 없애 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시고 이분으로 하여금 (눈에 보이게) 나타나게 해 주셨습니다.
이분은 모든 백성에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미리 선정된 증인들에게, 곧 우리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그분이 다시 살아나신 다음에 그분과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분부하시어, 하느님께서 당신을, 산 이들과 죽은 이들의 심판자로 정하신 사실을 백성에게 선포하고 증언하게 하셨습니다.
모든 예언자들이 그분에 관해서 증언하여, 그분을 믿는 사람은 모두 그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는다고 합니다."
아직 베드로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에 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에게 성령이 내렸다.
그러자 베드로와 함께 왔던 할례 출신 신도들은 깜짝 놀랐다.성령의 은혜가 이방인들에게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이방인들이 (기이한) 언어로 말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그 때 베드로가 응답하였다.
우리처럼 성령을 받은 이 사람들이 세례를 받지 못하게 어느 누가 물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는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도록 명했다. 그 뒤 그들은 베드로에게 며칠 더 머물러 달라고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