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 신약성서

아그리빠는 바울로에게 "당신 자신에 관해서 말하는 것을 허락하오" 하고 말하였다. 그 때 바울로는 손을 들어 펴고서 해명하였다.

아그리빠 임금님, 제가 유대인들에게 고소를 당하고 있는 모든 일에 관해서 오늘 임금님 앞에서 해명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임금님은 유대인들의 모든 관습과 시비를 매우 잘 아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참을성 있게 제 말을 들어 주시기를 빕니다.

소년 시절부터의 저의 생활, 곧 일찍부터 저의 겨레 가운데서 또 예루살렘에서 보낸 생활을 모든 유대인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증언하려고만 한다면, 제가 우리 종교의 가장 엄격한 파를 따라, 곧 바리사이로서 살았다는 것을 시초부터 미리 다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저는 재판을 받으며 서 있습니다.

우리 열두 지파는 밤낮 열성으로 (하느님을) 섬기면서 그 희망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임금님, 저는 바로 그 희망 때문에 유대인들에게 고소를 당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죽은 자들을 일으키신다는 것을 왜 여러분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십니까?

사실 저도 나자렛 사람 예수의 이름에 대항하는 일들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예루살렘에서 그런 일을 했었습니다. 저는 대제관들에게서 권한을 받아 가지고 성도들 가운데서 많은 이들을 감옥에 가두고, 그들을 죽일 때에 찬표를 던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회당을 찾아다니며 여러 차례 그들에게 형벌을 주면서 (예수를) 모독하도록 강요했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극도로 분개하여 외지의 여러 도시에까지 가서 박해했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대제관들의 권한과 허락을 받고 다마스커스로 갔습니다.

임금님, 제가 한낮에 길을 가다가 보니 하늘에서 햇빛보다 더한 빛이 (쏟아져) 저와 저의 동행자들을 에워싸 비추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모두 땅에 엎어졌는데 저는 히브리말로 저를 향해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가시돋친 막대기에다 발길질해 봐야 너만 다칠 뿐이다' 하고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여쭈었더니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일어나서 너의 발로 서 보아라. 내가 네게 나타난 것은 너를 시종으로 삼고 네가 [나를] 본 사실과 또 (앞으로도) 내가 네게 나타나게 될 사실의 증인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나는 너를 이 백성과 이방인들에게서 구해 내겠다. 나는 너를 그들에게 보내어

그들의 눈을 뜨게 하고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겠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나를 믿음으로써 죄를 용서받고 성도들 가운데서 한몫 받게 하겠다.'"

아그리빠 임금님, 그 때부터 저는 하늘로부터 받은 발현에 거역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마스커스에 사는 이들을 비롯하여 예루살렘과 유대 모든 지방에 사는 이들과 이방인들에게, 회개하라고, 또한 회개에 합당한 일들을 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서라고 설교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대인들은 성전에 [있는] 저를 붙잡아 처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도우심에 힘입어 이날까지 작은 사람에게나 큰 사람에게나 굳건히 증언해 왔고, 예언자들과 모세가 장차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 그 일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는 고난을 받으시고 죽은 자들의 부활에서 첫째 분이 되시어 이 백성과 이방인들에게 빛을 전하리라는 것입니다."

바울로가 이렇게 해명하자 페스도는 큰 소리로 "바울로, 당신은 미쳤구려! 많은 학문이 당신을 미치게 했구려!" 하고 말했다.

그러자 바울로는 말하였다. "페스도 (총독) 각하,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진실되고 도리에 맞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임금님께서도 이런 일들을 이해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떳떳이 임금님께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임금님께 이런 일들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절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 이는 어느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그리빠 임금님, 임금님은 예언자들을 믿으시지요? 저는 임금님이 믿으시는 줄로 압니다."

그러자 아그리빠는 바울로를 향해 "나를 간단히 설득하여 그리스도인으로 만들 셈이군요" 하고 말했다.

이에 바울로가 (답변하였다). "간단히든 길게든 저는 임금님뿐 아니라 오늘 제 말을 듣고 있는 이들이 모두 저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하느님께 빕니다. 물론 이 사슬(에 묶이는 것)만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왕과 총독과 베르니게와 또한 그들과 함께 앉아 있던 이들이 일어나

물러가면서 서로 말하기를 "이 사람은 사형을 받거나 구속당할 만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을 것 같소" 하였다.

아그리빠는 페스도에게 "황제에게 상소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은 풀려날 수 있었을 텐데요" 하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