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 신약성서

그들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를 빌라도에게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를 고발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보니 이자가 우리 민족을 이간하여 황제에게 세금 내는 것을 가로막고 자칭 그리스도 왕이라 했습니다" 하였다.

빌라도가 예수께 "당신이 유대인들의 왕이오?" 하고 묻자 그분은 "당신이 (그렇게) 말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빌라도는 대제관들과 군중들을 향해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더욱 완강히 "그자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이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대를 누비며 (그) 가르침을 퍼뜨리면서 백성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하고 우겨댔다.

빌라도가 (이 말을) 듣자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고

예수께서 헤로데의 관할 아래 있음을 알고는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냈다. 그 무렵에 헤로데도 예루살렘에 있었다.

헤로데는 예수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사실 예수의 소문을 듣고 오래 전부터 그분을 보고자 했었을 뿐 아니라 그분이 행하는 표징 같은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말을 하며 예수께 물었지만 그분은 아무런 대답도 하시지 않았다.

그러자 대제관들과 율사들이 일어나서 그분을 맹렬하게 고발하였다.

헤로데는 자기 군인들과 함께 그분을 모욕하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그분을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헤로데와 빌라도는 바로 그 날 서로 친구가 되었다. 사실 그 전에는 서로 원수로 지냈던 것이다.

빌라도는 대제관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모으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이 사람이 백성을 이간한다고 나에게 데려왔습니다. 보다시피 내가 여러분 앞에서 심문했으나, 나는 이 사람에 대한 고발을 뒷받침할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더구나 헤로데도 (죄목을 찾지) 못하였기에 그를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입니다. 보다시피 그는 사형에 해당하는 짓은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매질이나 해서 풀어 주겠습니다."

[축제 때마다 그는 그들에게 반드시 한 사람을 풀어 줄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외쳐 "이자는 없애 버리고 바라빠를 우리에게 풀어 주시오" 하였다.

바라빠는 그 도시에서 일어난 폭동과 살인으로 인해 감옥에 갇혀 있었다.

빌라도는 예수를 풀어 주고자 다시 그들을 가까이 불렀으나

그들은 소리를 높여 "그자를 십자가형에 처하시오, 십자가형에 처하시오" 하였다.

빌라도는 세번째로 그들을 향하여 말했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짓을 했단 말입니까? 나는 그에게서 아무런 사형 죄목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매질이나 해서 풀어 주겠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큰 소리로 재촉하여 그분을 십자가형에 처해야 한다고 요구하였고 그들의 소리는 갈수록 거세어졌다.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폭동과 살인으로 감옥에 갇힌 자, 곧 그들이 요구한 자는 풀어 주고 예수는 그들의 소원대로 넘겨 주었다.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가다가 들에서 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어떤 키레네 사람을 붙들어 그에게 십자가를 메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 지고 가게 하였다.

백성과 여자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그분을 위해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들을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이여, 나 때문에 울지 말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식들 때문에 우시오.

두고 보시오. (사람들이) '복되어라, 아기를 배지 못하는 여인,아기를 낳아 보지 못한 태, 아기를 젖먹여 보지 못한 가슴은!' 하고 말할 날이 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산을 향하여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라' 하며, 언덕을 향하여 '우리를 덮어 버려라' 하고 말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생나무도 이런 일을 당하거든 마른 나무야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때 그분과 함께 다른 악인 둘도 처치하려고 끌고 갔다.

그리고 "해골" 이라 불리는 곳에 이르러 거기에서 그분을 십자가에 달고 악인들도 그렇게 했는데 하나는 오른편에 또 하나는 왼편에 달았다.

[이 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사실 그들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그들은 그분의 겉옷을 나누고자 주사위를 던졌다.

백성이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그 지도자들도 비웃으며 말했다. "남들을 구했으니 자기도 구해 보라지, 이자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요 선택된 사람이라면!"

군인들도 다가와서 그분을 조롱했다. 그분께 식초를 갖다 대며

네가 유대인들의 왕이라면 네 자신이나 구하려무나 하였다.

그분 위에 "이는 유대인들의 왕" 이라는 명패가 있었다.

달려 있던 악인들 가운데 하나도 그분을 모독하여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 자신도 구하고 우리도 구하시오" 하였다.

그러나 다른 악인이 되받아 그를 나무라며 "같은 심판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한 짓에 마땅한 벌을 당연히 받고 있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그릇된 일을 하지 않았다" 하였다.

그러고는 "예수님, 당신 나라로 가실 때에 저를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에게 "진실히 당신에게 이르거니와, 당신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입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느덧 열두시쯤 되었을 때 어둠이 온 땅을 덮어 오후 세시까지 계속되었다.

해가 사라지고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찢어졌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로 부르짖어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 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숨지셨다.

그러자 백부장은 그 일어난 일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정말 이 사람은 의로운 분이었다" 하고 말했다.

구경하려고 함께 몰려온 군중들도 그 일어난 일들을 보고는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

그분의 친지들은 모두 멀리 떨어져 서 있었고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분을 함께 따라다니던 여자들도 서서 이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요셉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의회의원이었고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의회의 결정과 그 처사에 찬동하지 않았다. 그는 유대인들의 고을 아리마태아 출신으로서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나아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달라고) 청하였다.

그는 그 시신을 내려다가 삼베로 싼 다음 바위를 파서 만든 무덤에 그분을 안장하였다. 거기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었다.

그 날은 준비일이었고 안식일에 접어들고 있었다.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분과 함께 다니던 여자들도 따라가 무덤을 바라보며 그분의 시신이 어떻게 안장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가서 향료와 향유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안식일에는 계명대로 조용히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