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시편

[시편. 아삽]

올바른 이에게 하느님은 얼마나 좋으신가!
마음이 깨끗한 이에게 하느님은 얼마나 좋으신가!

그러나 나는 발이 미끄러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네.

악인들의 평안을 보고
어리석은 자를 시새운 탓이네.

그들은 아프지도 않은지
그 몸은 기름지고 건강하네.

인생의 괴로움도 맛보지 않고
남들처럼 고통도 당하지 않네.

교만은 그들의 목걸이
폭행은 그들의 옷이네.

그들의 눈은 비계로 불거지고
그들의 마음에서는 온갖 망상이 흘러나오네.

그들은 비웃으며 심술궂게 지껄이네.
거만하게 을러대며 이야기하네.

하늘에 대고 제 입을 놀리며
혀로는 땅을 헤집고 다니네.

백성은 그들 편이 되어
그들의 말을 물처럼 들이마시네.

그들은 말하네.
“하느님이 어찌 알리오?
지극히 높으신 분인들 어찌 알아채리오?”

보라, 바로 이들이 악인들!
언제까지나 걱정 없이 재산을 늘리네.

흠 없이 지킨 내 마음
깨끗이 씻은 내 손
이것이 정녕 헛되단 말인가?

날마다 고통이나 당하고
아침마다 벌이나 받으려 그리 했던가?

“나도 그리 말하리라.” 생각하였다면
당신 아들들을 배신하였으리이다.

깊이 생각하여 알아들으려 하였으나
제 눈에는 괴로움뿐이었사옵니다.

마침내 저는 하느님의 성전에 들어가
그들의 종말을 깨달았나이다.

정녕 당신은 그들을 미끄러운 길에 세워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셨나이다.

순식간에 그들은 멸망해 버리고
공포에 휩싸여 사라져 버리나이다.

잠에서 깨어나 꿈을 덧없다 하듯
주님은 일어나시어
그들의 모습을 업신여기시나이다.

제 마음 쓰라리고
제 속이 북받칠 때

저는 멍텅구리, 알아듣지 못하였나이다.
당신 앞에 한 마리 짐승이었사옵니다.

그러나 저는 늘 당신과 함께 있어
당신이 제 오른손을 잡아 주셨나이다.

당신 뜻에 따라 저를 이끄시고
훗날 영광으로 저를 받아들이시리이다.

저를 위해 누가 하늘에 계시나이까?
당신과 함께라면
세상에서 바랄 것 아무것도 없나이다.

제 몸과 마음 스러질지라도
하느님은 제 마음의 반석
영원히 제 몫이옵니다.

보소서, 당신을 떠난 자는 멸망하나이다.
당신은 배신한 자를 모두 없애 버리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하느님 곁에 있어 행복하옵니다.
주 하느님을 피신처로 삼아
당신의 모든 업적 알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