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성경 > 탈출기

입문

1. 책 이름

탈출기라고 하는 책 이름은 ‘나감, 탈출’을 뜻하는 그리스 말 엑소도스(Εξοδος)에서 나온 낱말로,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고자 한 구약 성경의 그리스 말 번역가들에게서 비롯된다. 사실 탈출기는 앞의 열다섯 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일을 들려준다. 이집트 탈출은 성경에서 믿음의 핵심을 이루는 주제이다. 곧 이스라엘이 자기를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게 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흔히 탈출기를 ‘구약 성경의 복음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약 성경의 복음서처럼 탈출기가 들려주는 구원이 이스라엘 백성의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기쁜 소식이기 때문이다(탈출 13,14 이하). 구약 성경의 독자들에게 탈출기는 앞에 나오는 책과 비교해 볼 때, 현저한 변화를 보여 준다. 창세기에서는 하느님과 개인들이(노아, 아브라함, 야곱) 관계를 맺지만, 탈출기에서는 하느님께서 주로 한 백성과 접촉을 하시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탈출기는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백성의 탄생을 이야기한다고 하겠다.

탈출기는 방대한 문학 작품의 한 부분으로서 오경의 다른 책들과 분리할 수가 없다. 사실 탈출기와 민수기를 비교해 보면,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벗어나 약속된 땅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동안의 사건들이 그다지 큰 단절 없이 연속적으로 묘사된다. 마찬가지로 비록 탈출기의 시작 부분이 창세기와는 뚜렷이 분리되지만(야곱 집안이 이집트에 들어온 뒤 이스라엘이 큰 백성이 되기까지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이야기들이 명백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또 성막 위를 구름이 덮는 사건이 잠시 이야기를 단절시키지만(40,34-38), 시나이 광야에서의 체류 이야기는 민수 10장에 가서야 끝나며, 탈출 15─18장에서 전개된 광야에서의 이동 이야기도 민수 10장 이하에서 이어진다.

2. 책의 내용

탈출기는 일화들이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지며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이집트 체류(1,1─15,21), 광야에서의 이동(15,22─18,27), 그리고 이스라엘의 시나이 체류이다(19,1─40,38).

첫 부분은 이집트 출발 전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1─2장).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집트에 거주하며(1,1-7) 억압을 당하고 있다(1,8-22). 그리고 2장에서 모세의 유년기와 그가 이집트에서 도망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부르짖고, 이에 주님께서 응답하신다는 것이 탈출기의 첫 번째 전환점을 이룬다(2,23-25). 3장과 4장은 모세가 광야에서 부르심을 받는 이야기와 그가 이집트로 돌아오는 일을 들려준다. 그리고 백성이 믿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말로 끝맺는데(4,31), 이 말이 홍해에서의 구원 사건을 끝맺는 일화와 함께 이집트에서의 해방 이야기의(5─14장) 시작과 끝을(14,31) 장식한다. 5장에서는 파라오 앞에서 행한 모세의 첫 번째 사명이 좌절되고, 6장에서는 그의 소명이 확인된 후에, 아홉 개의 재앙 이야기와 열 번째 재앙에 대한 예고가 나온다(7,8─11,10). 그리고 이스라엘인들의 맏아들들이 죽음을 피해 가게 해 주는 파스카 축제의 제정(12,1─13,16) 이야기가 나오고, 이집트에서의 완전한 탈출을 장식하는 홍해 사건이 이어진다(13,17─14,31). 미르얌의 노래는(15장) 탈출기 첫 부분을 끝맺는다.

광야에서의 이동 과정을 들려주는 부분은 비교적 짧다(15,22─18,27). 이스라엘인들의 여행 이야기에서 두드러지는 점들은 물과(마라, 마싸, 므리바) 양식의(만나) 공급 문제, 아말렉족과의 전쟁이다. 이 단원에서는 백성의 불평이라는 주제가 대단히 많이 등장한다. 18장은 모세가 장인을 만나고 백성의 우두머리와 재판관들을 세우는 독립된 일화를 담고 있다.

시나이산에 도달한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둘씩 서로 대칭을 이룬다. 계약의 체결에는(19─24장) 계약의 파기를 가져온 금송아지의 일화와 갱신 이야기가 연결된다(32─34장). 이 두 이야기 사이에는, 이동 성소의 건립과 예배 의식의 제정에 관하여 주님께서 내리시는 일련의 지시들이 소개되며(25─31장), 이 지시들은 35─40장에서 수행된다. 두 개의 법률집, 곧 십계명과(20,1-17) 계약의 책은(20,22─23,19) 계약이 체결되는 이야기 틀 안에 삽입되어 있다.

유명한 십계명(본디는, “열 가지 말씀”)에는 한편으로는 하느님과의 관계와 관련된 금령들이(우상의 금지),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련된 금령들이 들어 있다. 이 일련의 금령들 사이에 안식일과 부모 공경에 관한 두 개의 긍정적 명령이 나온다. 매우 일반적인 이 규정들은 이스라엘인이 지니는 권리의 근거를 설명하는 주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십계명 본문이 신명기 5장에도 나온다. 두 본문의 주요한 차이점은 안식일의 근거에 관한 것이다. 탈출기에서는 안식일이 주님께서 창조를 하신 뒤에 쉬시는 것으로 강조되는 반면에, 신명기 5장에서는 종살이하던 일을 상기하는 것이 안식일의 근거이다.

계약의 책은 종교법, 예배법과 사회적 약자들을(종, 이방인, 과부 등) 보호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법들의 모음집이다. 흔히 이 법들을 조건법과 정언법으로 구분한다.

3. 문학 구조

오경의 형성에 관한 문학적 가설들의 과정은 길고 복잡하여 상술하기가 힘들다. 이 문제들은 ‘오경 입문’에서도 다루었다. 여기서는 단지 탈출기의 고유한 문제점들에 관해서만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1) 전승들

탈출기는 세 개의 커다란 전승으로 구성되어 있다. 곧 이집트 탈출 전승(1─15장), 광야 전승(16─18장), 그리고 시나이 체류 전승이다(탈출 19─민수 10). 이 일련의 전승들은 우리에게 알려진 거대한 역사 작품들 안에 배열되기 이전에 이미 독립적으로 전해져 왔다. 구약 성경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역사적 기록에는 이집트와 약속된 땅 사이에 있는 시나이에서의 사건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 사실로 미루어 파스카 축제에서 그 절정에 달하는 탈출기의 전승과 시나이에서의 제의 전승 사이의 연결 부분은 원전승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다. 광야의 전승은 주로 민수기에 많이 들어 있다.

2) 사제계 본문들

작품의 문학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 일반적으로 탈출기 내에서 사제들의 계층(P)에서 비롯된 본문들과 다른 계층에서 형성된 본문이 구별된다.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사제계 작품은 유배 시기를 거치면서 귀향 후에 형성되었으며, 단번에 편집된 것이 아니다. 기초를 이루는 사료층과 이차적 사료들이 구별된다.

탈출기에서 사제계 본문들은 연속적이고 일관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오경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탈출기에서도 사제계 사료는 거의 한 작품을 이루는 모든 단락들과 하나의 문학층을 보여 주는 대목들에서 나타난다. 탈출기의 주요 사제계 본문으로는 특히 1장의 족보와 계약의 상기를(2,23-25) 들 수 있다. 이어서 모세의 소명이 나오는데(6,2─7,7), 이 대목은 비사제계 이야기인 3─4장, 재앙 이야기 가운데 일부분, 그리고 파스카 축제 제정 이야기 대부분과 구별된다(12장). 홍해를 건너는 이야기는(13─14장) 창세 1장에 나오는 장면과 비슷하게 물의 분리를 묘사하는 사제계 본문과, 홍해를 건너는 일을 주님께서 승리를 거두시는 싸움으로 묘사하는 비사제계 전승의 혼합이다. 광야에서 행진하는 이야기는 그 여정에 대하여 언급하는 일련의 사제계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다.1) 시나이산의 일화에서는 성소의 건립과 예식의 제정에 관한 장들이(25─31장과 35─40장) 비사제계 대목들과(19,3─24,14와 32─34장) 쉽게 구별된다. 탈출기의 사제계 본문에는 이야기 소재와(특히 1─18장) 법적 유형의 소재들이(특히 파스카 축제의 제정과 성소의 건립) 뒤섞여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사제계 문학 기법의 특징이다.

사제계 본문들은 해방된 백성을 위한 예식과 예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본문들은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아직 당신을 야훼(주님)라는 이름으로 알리지 않으셨다고 여겨졌던 성조들 시대의 역사와도 연결이 된다(6,2 이하).

3) 비사제계 본문

탈출기에 들어 있는 비사제계 본문의 편집은 사제계 본문보다 훨씬 긴 기간에 이루어졌다. 이들은 대부분 사제계 본문보다 오래되었거나 같은 시대의 것이지만, 그 가운데 어떤 본문들은 분명히 후대의 것이다. 십계명이나 다른 특정 본문의2) 단락들은, 분명히 후대에 현재의 본문 자리에 삽입된 것이다.

탈출기의 많은 대목들은 신명기계의 신학관과 유사한 면을 보여 준다. 예배법보다 윤리법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유배와 유배 이후 시기에 비사제계에서 전승이나 문헌의 형태로 중요한 문학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사제계와 동시대에 이루어졌던 이 문학 작업이 순전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문학 분석을 해 보면, 실제로 서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명기계와 사제계의 경향을 조화시키려는 편집자의 의도도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많은 비사제계 본문들은 비교적 오래된 것이다. 계약의 법전은(20,22─23,19) 법률들의 모음집인데, 아마도 기원전 8세기 말에 문학적으로 고정된 것 같다. 예배 중앙 집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사회적 약자층, 특히 이주한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사마리아 붕괴 이후의 유다 왕국의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 유배 이전의 이야기들이 여러 일화들의 기초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모세의 생애’를 들려주는 유배 이전의 본문이 존재하였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예를 들어 모세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카드의 사르곤 대왕의 전설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스라엘의 임금을 암시하는 선대의 인물을 고대 메소포타미아를 통일시킨 임금과 대등한 위치에 두려고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여겨진다. 금송아지 일화의 경우는, 다분히 북 왕국의 종교 의식에 관한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1열왕 12,28 이하에 나오는 ‘예로보암의 금송아지’ 참조) 이 역시 왕정 시대의 산물일 것이다.

4. 신학적 주제들

신학적 관점에서 탈출기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자신을 알리시는 시기에 있다. 계시의 동기는 이야기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밝혀진다. 하느님은 구원하시고 해방하시며 율법을 주시는 분이시다. 또한 이름의 계시라는 주제와(3,13-15; 6,3) 하느님을 볼 수 없다는 주제는(33,18-23; 40,35) 하느님의 정체성과 그분의 특성에 관한 본질적인 신학적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

탈출기는 억압과 노예 생활의 희생이 된 한 백성의 해방에 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탈출기의 하느님은 무엇보다 억압받는 이들을 구해 주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성경의 하느님은 모든 형태의 악과 싸우시며 사람들을 해방하시는 분이시다. 때때로 중대한 결과를 야기하는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입장에서 탈출기를 읽는 사회 투쟁 신학자들은, 이집트에서 불의한 사회의 모습을 보며 그 희생자가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신학자들은 탈출기 안에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교회가 오늘날 세상의 불행과 불의에 맞서 벌이는 투쟁의 근거를 찾는다.

탈출기에서는 하느님의 개입이 주님께서 동정심을 가지시고 당신 계약을 기억하셨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종살이를 하고 있던 이스라엘 자손들의 탄식 때문에(2,23-25) 주님께서 개입하셨다는 것이다. 그들의 부르짖음이 직접 그분께 향한 것이었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탈출기는, 성경의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그리고 특별한 공로가 없는 가운데 온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 같은 탈출기 신학의 중심 관점은 일화들의 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율법과 이스라엘의 예배 의식 규정은 이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후, 시나이산에서 제정되었다(19─40장). 이 때문에 탈출기의 여정이 때때로 이집트 종살이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데로 나아가는 길로 묘사되는 것이다.

백성의 믿음과 참여는 탈출기 안에 뚜렷이 드러난다. 이 사실은 이집트에서의 구원 이야기 시작과 끝에서(4,31과 14,31), 계약에 대한 백성의 동의에서(24,3), 그리고 성소를 건립하려는 열성에서(35장) 볼 수 있다. 한편, 불평과 반역이라는 되풀이되는 주제를 통하여 이스라엘이 아무런 공로가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스라엘인들은 모세가 파라오 앞에서 처음으로 행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모세에게 반항하였고(5,20-21), 홍해를 건너기 전에도(14,10-12), 광야를 지나는 동안에도 반항하였다(15,24; 16,2-3; 17,3). 특히 금송아지 일화에서 반항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32장). 이러한 수많은 반항들은 이스라엘의 출발 시기를 하느님과 그 백성 사이의 황금기로 간주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오히려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가 상존하는 혼란스러운 관계의 시작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백성의 반항과 물음, 그리고 의심은 탈출 과정에서 하느님의 개입을 드러내는 기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며(재앙들, 홍해 횡단, 만나, 구름 등), 하느님의 개입을 반드시 드러나야 하고 구속력 있는 사건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이야기에서 묘사된 ‘특별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에 대한 신뢰심은 하나의 도전으로 남는다.

탈출기의 본문들은 파스카 축제와(12장) 안식일의(31장) 전례적 실천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탈출기에는 예배의 개념에 대한 숙고가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25─31장의 단락은 이동 성소를 세울 것을 명령하고, 이와 관련된 전례적 실천과 사제들의 성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예루살렘 성전과 그 예배를 예표하는 이 성소는 금송아지의 일화와 계약 갱신뒤에 건립되고 성별된다(35─40장). 그러고는 하느님의 현존을 인정하는 성막 위에 구름이 끊임없이 머무르는 것으로 끝맺는다(40,34-38).3) 이렇게 유다인들의 관습들 대부분이 탈출기의 행위와 결부되어 있다.

이 같은 예배적인 관점과 비교해 볼 때, 19─24장은 사회 윤리적인 문제들에 관한 규정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과 맺으신 계약을 예배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율법에 대한 존중이라는 말로(24,3) 알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신학은 신명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학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어디에서나 부각되는 모세라는 인물을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는 해방자이고, 백성의 우두머리이자 조직가이며(18장),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의 중개자이다(20,18.21). 그는 또한 법의 제정자이며(24,3.12), 첫 번째 사제이다(40,16 이하). 탈출기에서 모세는 이스라엘을 이끄는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하는 인물이다.

5. 성경 안에서의 이집트 탈출

이집트 탈출은 성경 안에서 상당한 영향을 지니고 있다.

신명기계 역사서에서,4) 이집트 땅에서 나와 올라간다는 주제는 당신 백성을 위하시는 하느님의 업적을 상기시키고 바빌론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백성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후렴처럼 언급된다. 사무엘의 고별사(1사무 12,6 이하), 성전을 봉헌하면서 바치는 솔로몬의 기도(1열왕 8,14 이하), 또는 북 왕국의 붕괴에 대한 반성(2열왕 17,7 이하) 등과 같은 신명기계의 장대한 서술들에서 이집트 탈출의 회상을 볼 수 있다. 신명 6,21은 이것을 유다인 가정의 아버지들에게, 법령들의 이유를 자녀들에게 가르칠 때 맨 처음으로 언급해야 할 일임을 강조한다. “너희는 너희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종이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강한 손으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다.’”

바빌론 유배 시기에 제2이사야서의(이사 40─55) 저자 역시 새로운 탈출의 때가 왔다는 사상을 발전시킨다(이사 43,16-21). 포로로 잡혀간 땅에서 놀라운 해방이 이루어지고(이사 48,20-22; 49), 죄로부터의 해방이 이어지리라는(이사 40,2; 44,21-22) 예고와 함께,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시고 다른 모든 민족들도 구해 주실 수 있는 분께 이제 모든 민족들도 돌아서라고 하는 외침이 따른다(이사 45,4-25).

이집트 탈출은 이렇듯 제2 성전 시대에 기록된 많은 작품들 가운데에서 중심 자리를 차지한다. 특히 시편 전례나(시편 78; 105; 114; 135; 136) 느헤 9장, 그리고 여호 24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다교에서 이집트 탈출은 신앙의 기초가 되는 체험으로 이해된다. 그들의 전례에서 이 사건에 대한 회상은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유다인들의 가정에서, 파스카 축제의 예식은 해마다 이집트에서 떠나온 사건을 기념하고 재현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이집트 탈출의 소재가 사용된다. 신약 성경의 저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져다주신 구원을 이스라엘의 탈출을 완성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 그분의 죽음, 그분께서 받으시는 영광이 파스카 축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루카 22,14-20; 요한 13,1-3; 19,36). 다른 본문들은(요한 6; 1코린 5,7; 10,2-4) 만나, 홍해 횡단, 바위에서 솟아 나온 물, 파스카 축제, 누룩이 들지 않은 빵 등의 표현들을 세례와 성체 성사에 관하여 말하려고 사용한다. 묵시록은 그리스도를 파스카 축제의 어린양으로 찬양한다(묵시 5,6). 짐승을 치는 재앙들은 이집트의 재앙들에서 취한 것이다(묵시 16,5-21). 교부들은 탈출기를 대단히 많이 사용하였으며 그리스도교 전례에도 탈출기 독서가 나타난다. 그 예로서 비잔틴 전례와 로마 전례에서 파스카 성야에 읽는 홍해 횡단 이야기와 모세의 노래(14─15장), 그리고 교회의 예배와 교리 교육에서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십계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6. 이집트 탈출의 역사성

이집트 탈출이라는 사건의 역사성에 관한 문제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무엇보다 먼저,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탈출기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사실, 탈출기는 현대의 ‘역사’ 개념에 맞는 책이 아니라, 믿음을 고백하고 묵상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을 지닌 신학적 이야기인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탈출기의 편집은 왕정 시대와 페르시아 시대 사이에 여러 단계를 걸쳐 발전된 것이다. 따라서 여러 세기에 걸쳐 여러 편집자들이 이 일에 동참하였다. 비록 이러한 사실이 본문이 제공하는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사실 이집트에서의 탈출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회상은 최종 기록물로 나오기 전에 오랜 세월에 걸쳐 백성들의 전승 안에서 지속되어 왔을 것이다.

성경 밖의 문헌들, 특히 이집트 문헌조차 현재로서는 성경의 이야기를 확인해 줄 아무런 증거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여러 인물들이 누구인지도 밝혀 주지 못한다. 그러나 기원전 16세기와 11세기 사이의 이집트에 관하여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셈족 집단이 팔레스티나 방향으로 도망을 하여 정착한 사실과 일치하는 자료가 있다. 이 시기에 이집트는 시리아-팔레스티나 지역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셈족을 노예와 같은 인력으로 사용하였다.

역사적 핵심을 이루는 이집트 탈출 사건들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셈족이었던 힉소스족이 이집트에서 쫓겨난 사건은 기원전 1550년경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역사가들에 따르면 이 사건이 성경사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다. 1열왕 6,1은 이집트에서의 탈출이 솔로몬의 성전 봉헌보다 480년 앞선다고 언급하는데, 이에 따르면 이집트 탈출이 기원전 1450년경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480이라고 하는 수는 분명히 신학적 산술의 결과이기(아론과 차독 사이의 열두 사제들에 사십 년을 곱한 수이다.) 때문에 역사적 근거가 희박하다. 많은 학자들은 이집트 탈출이 기원전 13세기에 일어난 것으로 본다. 사실 람세스 2세 치하의 이집트 제19왕조가 이 시기에 나일강 삼각주에 수도를 세웠으며, 그리하여 거대한 역사가 이루어졌다. 이 시기의 이집트 문학들은 피톰과 라메세스라는(1,11) 도시들을 확인해 준다. 한편 이 연대 추정은 메르네프타의 기념비에 적힌 내용과 일치하는데, 이에 따르면 가나안에 살고 있던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한 집단에(기원전 1230년까지) 이집트가 승리를 거두었다. 이집트 제19왕조 말기(기원전 1187년까지) 궁중에서 전해진 일화에 따르면, 탈출이 훨씬 후대에 일어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타우스렛 여왕의 비호 아래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비라고 하는 한 셈족 사람이 세트나케가 정권을 잡자 이집트에서 도망을 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를 모세와 같은 인물로 보는 근거는 광야로 도망하였다는 일화뿐만 아니라 그 이름이 이집트식 이름이라는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연대 추정의 가능성 가운데에서 어느 한 가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 탈출기의 편집 작업에서 기초가 되는 전승들은 복잡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성경상의 탈출이 특정한 한 사건이라기보다 오랫동안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주석
1

12,37; 13,20; 14,1-2; 15,22.27; 16,1; 17,1; 19,2.

2

어떤 주석가들은 탈출 3─4장과 19─24장을 생각한다.

3

구름이라는 소재는 성막의 건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4,18에서도 모세는 성막에 관한 지시를 받기 전에 구름을 뚫고 간다.

4

예레 7,25와 같은 신명기의 영향을 받은 예언서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