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순 역 시편

다윗의 시. 기념으로.

주여 성내심으로 나를 꾸짖지 마옵시고, 진노하심으로 나를 벌하지 마옵소서

당신의 화살이 내게 박혀 있삽고, 당신의 손이 짓누르고 계시기에

내 살은 당신 진노 앞에 성한 데 없고
내 뼈는 내 죄로 하여 온전한 데가 전혀 없나이다

진정 내 잘못은 내 머리 위 훨씬 넘어 있어
무거운 짐처럼 모질게 억누르나이다

상처는 썩어서 악취를 뿜으오니, 내 미련한 탓이오이다

나는 축 늘어져 허리가 굽은채로, 진종일 슬픔 속에 지내나이다

허리는 열기에 가득 차 있사오며, 살은 성한 데가 도무지 없나이다

나는 까라지고 아주 으스러지고, 애끓는 마음에서 소리는 터져 나오나이다

주여 내 모든 절원이 당신 앞에 있사오며 나의 비탄을 당신이 아시나이다

심장은 뛰고, 기운은 없어지고, 이 몸의 안총마저 흐려져 있나이다

벗들과 동무들이 내 상처를 멀리하고, 근친조차 먼 발치에 서 있나이다

내 목숨을 노리는 자 올무를 놓고, 나를 해치려는 자 욕을 퍼부으며
언제나 간계를 꾸미고 있삽나이다

귀머거리처럼 나는 듣지 못하오며,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못하나이다

듣지를 못하는 사람처럼, 입으로 대꾸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되어버렸나이다

야훼님, 당신께 믿사오니,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은 들어주시리이다

나의 말씀은 “저들이 나를 고소히 여기지 말고,
내 다리가 휘청거려도, 위세 부리지 말라는 것이오이다

사실 나는 다 넘어져가고, 고통은 줄곧 내 앞에 있나이다

나는 내 잘못을 고백하고, 죄 지은 탓으로 마음이 괴롭사오나,

까닭 없이 내게 맞서는 자들은 기세가 등등하며,
까닭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수효가 많사오며

선에 대한 갚음을 악으로 하는 그들은, 선을 좇는 이 몸을 들볶나이다

주여 나를 버리지 마옵소서 내 주여, 이 몸을 멀리하지 마옵소서

주여 내 구원이시여, 어서 나를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