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순 역 시편
시편 54편
원수와 배신의 벗을 거슬러(헤. 55)
악장에게. 현악을 위한 다윗의 시.
하느님, 내 기도에 귀를 기울이소서 애틋한 이 기도를 외면하지 마옵소서
이 몸을 굽어 보시어 응답하소서, 근심으로 나는 초조하며
어지럽나이다- 원수의 아우성과 악인의 부르짖는 소리 때문이오니
그들은 나에게 불행을 들씌우며, 분노로 이 몸을 들볶나이다
내 마음은 속에서 뒤틀려지고, 죽음의 공포가 내 위에 떨어지나이다
무서움과 떨림이 나를 덮치고, 전율이 이 몸을 휘감나이다
나는 말하나이다 “비둘기처럼 깃을 지녔더라면 나는 날아가 쉴 수 있으련마는
저 멀리 떠나가서 광야에서 살련마는
재빨리 숨을 데 찾아, 회리바람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으련마는”
주여 저들의 말이 섞갈리어 따로 나게 하소서, 폭행과 분쟁이 성 안에 있음을 보옵나니
그들은 밤낮으로 성 위를 빙빙 돌고, 성 안에는 비리와 압박이 있삽나이다
그 안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사오며, 폭력과 사기는 그 광장을 떠나지 않나이다
원수가 나를 모욕했다면 참아 주었을 것을, 나를 미워하는 자가 맞서 왔다면 비켜나 숨었을 것을
그러나 너였도다, 내 동배, 내 동무, 내 친구
정다웁게 서로 같이 사귀던 너, 축제의 모임에서 주님의 집을 함께 거닐던 너였도다
죽음이 그들 위에 덮쳐 오거라, 산 채로 그들은 지옥에 내려가라
그들이 사는 곳, 그들의 속에는 죄악이 깃들이도다
나만은 하느님께 부르짖으리니 야훼께서 나를 살려 주시리라
저녁 아침 한낮에 내가 슬피 부르짖으면, 당신이 내 소리를 들어 주시리라
들볶는 자에게서 내 영혼을 곱다랗게 빼내시리니 실상 하고많은 사람이 나를 거스르도다
하느님 들으시고 저들을 짓부수시리라 영원으로부터 왕하시는 그 분께서――
저들이 회개하지 않고,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들 누구나가 손을 친구에게 내뻗치고, 언약을 깨뜨려 버리도다
그 입은 바터보다 부드러워도, 그 마음은 싸울 뿐,
그 말은 기름보다 미끄러워도, 실상은 빼어든 칼이로다
네 근심 걱정을 주께 맡겨 드려라, 당신이 너를 붙들어 주시리라
의인이 흔들리게 버려둘 리 없으리라
하느님, 당신이 저들을 멸망의 웅덩이에 빠지게 하시리니,
피를 즐기고 속이는 자들은, 그 세월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이나
나는 당신을 믿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