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순 역 시편
시편 72편
덧없는 악인의 복(헤. 73)
아샆의 시.
하느님은 정녕 바른 이를 어여삐 여기시고 마음 깨끗한 이를 어여삐 여기시거늘
내 발은 아슬아슬 헛디뎌지고, 걸음은 비슬비슬 넘어질뻔 하였으니
어리석은 자들을 시새운 탓이로라, 악한 자의 잘되는 꼴을 바라보면서.
미상불 그들은 아무 고생도 없이 몸뚱이는 피등피등 살쪄 있도다
인생의 고초를 겪지도 않고 남들처럼 고생도 하지 않기에
교만은 그들의 목걸이요 폭력은 그 입는 옷이로다
그들의 악은 비계에서 스며나고 그들의 간계는 마음에서 우러나나니
그들은 코웃음치며 짓궂게 말하며 거만되이 을러대며 억누르려 하도다
하늘을 거슬러 입을 마구 놀리고 혀로는 땅을 휩쓸고 있으니
백성들은 그들을 따라가 그 물에 훔뻑 젖어들어
“하느님이 아실소냐, 지존이 살필소냐” 하도다
보라 그들은 악인이어도, 몸은 항상 편한채 재산만 늘어나니
그렇다면 내 마음을 깨끗이 지닌 것이, 죄 없게 손을 씻은 것이 허사였던가
쉴 새 없이 나는 얻어만 맞고, 날이 새면 받는 것이 책벌일 바에야?
내 만일 “그들처럼 말해볼까” 하였던들, 당신 자손의 대를 배신할뻔 했나이다
나는 깊이 생각하며 깨치려 해도, 나에게는 몹시도 힘들어 보였나이다
하느님의 신비 속에 파고 들어가, 그들의 끝장을 보기까지는
결국 당신은 매끄러운 길로 이끄시어, 그들이 멸망에 빠져들게 하시나이다
삽시간에 그들이 거꾸러졌음이여, 공포에 휘말리어 없어지고 말았나니
주여, 잠을 깬 사람이 꿈을 업신여기듯 당신은 일어나사 그들의 꼭 모습을 내려다 보시리이다
내 마음이 쓰라렸을 때 속이 터져 나갔을 때
나는 아둔하여 못 알아들었나이다, 짐승처럼 당신 앞에 있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당신 곁에 있사오리니, 당신은 내 손을 붙들어 주시고
나를 이끌어 타이르시고, 마침내 당신 영광에로 받아 들이시리이다
당신 아닌 누구가 하늘에서 날 위해 주오리까
당신과 함께 있노라면, 즐거울 것 땅에는 없읍나이다
이 몸과 이 마음 다한다 하여도, 내 마음의 바위, 나의 몫은 항상 하느님,
보소서, 당신을 떠나는 자는 망하오리니, 당신께 훼절하는 자를 다 멸하시나이다
하느님 곁에 있는 것이 내게는 행복, 이 몸 둘 곳 야훼님, 나는 좋으니
하신 일들 낱낱이 이야기하오리다